어디서든 첫 인상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저는 얼마 전에 스타벅스 미디엄 블랜드 홀빈이 선물로 들어온 걸 계기로, 그라인더랑 핸드드립 세트를 사서 내려먹기 시작했는데요.

선물받은 원두를 전부 소비하고 나자 다음 원두는 어디서 사 먹어야 하는지부터 잘 모르겠더군요.

구글링을 열심히 한 결과 미친커피를 알게 됐고, 아리차는 제가 처음으로 직접 구매해서 마시는 첫 싱글 오리진이 되었습니다.

근 10년을 매장에서 줄창 아메리카노만 마셨고, 선물 받은 원두도 블랜드에 풀시티 초반쯤 되어보였는지라,

시티 초반의 싱글 오리진을 직접 갈아 내려 마셨을 때 나오는 개성이 어떤 것일지 굉장히 기대가 됐습니다.

일단 원두를 처음 개봉 했을때의 인상은, 기존에 먹던 원두에 비해 크기가 작고, 확실히 색깔이 옅었다는 것입니다.

내릴 준비를 마치고 원두를 갈아서 향을 맡아 봤는데, 베리 같은 과실의 향이 꽤 진하게 나더군요. 이미 향에서부터 제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커피의 냄새는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빈플러스에서 나오는 하리오 형태의 스테인리스 드리퍼를 사용하는데요. 이것저것 따라 해본 결과 점드립을 했을 때 가장 맛이 풍부하게 나오길래

일단 아리차도 그렇게 내려봤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시음!!

일단 가장 생소하고 어색하게 다가오는 맛은 역시나 처음의 신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네가지 맛이 더 스쳐지나가는데 뭐라 표현은 못하겠고, 묘하더군요.

확실히 전형적인 커피의 맛 보다는, 과실 같은 개성이 강하고, 음식에서 나는 맛이나 향보다는, 보통 여행 같은걸 가면 나는 현지의 고유한 풍토의 냄새랄까 그런게 좀 납니다.

다만, 끝맛 직전에 살짝 불쾌한 풋내가 나는데 제가 잘못 내린건지, 그냥 생소한건지, 제가 마시기엔 배전이 약한건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전체적으로 어색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확실한 건,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제가 유명하다는 커피점 가서 경험 삼아 두 세번 먹어 봤던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에 비해서 개성이 꽤나 강합니다.

저같은 초보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몇 가지 풍미가 스쳐지나가는게 느껴지니까요.

아 그리고, 반 정도는 미지근 하게 식혀서 마셔 봤는데, 그 때 처음으로 맛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신 맛에 대해서 첨언을 좀 더 하자면, 커피에서 나는 긍정적인 신 맛이 어떤 건지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 블루보틀에서 마셔 봤던 커피에서는 꽤나 신경에 거슬리는 신맛이

났거든요. 잘못 만든 커피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제가 긍정적인 신맛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없었는데,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상기한 소감이 온전히 아리차 고유의 풍미 덕분인지, 제 미숙한 드립 방법이 영향을 많이 미쳤는지, 혹은 다른 요소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리차 외에도 4종류의 원두를 주문 했고

, 샘플도 주셨고, 분쇄도나 내리는 시간 등을 달리 해 볼 수 있으니, 좀 더 경험을 해봐야겠습니다.